딱 한 달 간 주말을 삭제한 다발 한정 추가 과정 후기

2024. 10. 29. 21:13기록

다발 엔진 항공기를 상징하는 두 개씩 있는 레버

 

(혹시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다발 항공기는 엔진이 여러개인… 그러니까 발동기가 여러개인 항공기를 의미합니다.)

 

거의 280시간 가까이 탄 세스나 172, 152와 10시간 정도 짧은 시간이었지만 파이퍼 PA-28-161(혹은 181)라는 단발 비행기와 여정을 5월 중 마무리했다.

 

사실 뭐… 원래 금년 계획상 6월 중 다발 비행기를 탄다는 생각은 전혀 예상치 않았다.

 

가족 사정상 2달 반 정도 계획하던 미국 생활을 3주 가량 빠르게 마무리 짓고, 한국에 귀국했다. 정말 생각이 많았었다. 귀국하고 마냥 무의미한 시간을 만들고 싶진 않았다.

 

그렇게 가족 사정으로 부산으로 내려가던 도중 같이 살던 형의 천진난만한 목소리를 오래간만에 들었다. 사실 상을 당한지라 다소 차분한 감정속에서 아는 형의 목소리는 나름 기분을 전환의 계기가 되었다.

 

‘야 멀티나 타라 ㅋㅋ’

 

사실 원래 귀국 일정은 6월 중순이였고, 지상학술과정 입과는 7월… 실비행은 못해도 교통안전공단의 자격증명 취득 구술 면접이 워낙 밀려 있었으니 8월로 예상했고, 한정 추가를 위한 실습 비행 후 자격증 취득은 공단 구술이 워낙 밀려있으니 10월쯤 보았고 내년 초에 공항공사 제트 지원 후 내년 중순쯤 교육 마무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물론 말도 안되게 보수적으로 잡은 일정이긴 하다.

 

아무튼… 대뜸 6월 중순 지상학술 과정 입과를 하였고, 같이 미국에 간 멤버의 도움으로 운 좋게 6월 공단 사업용 조종사 자격증명 구술 면접 자리를 찾아 자격을 바로 취득… 운이 너~무 좋게도 6월 말에 다발과정 첫 비행을 했다.

 

멀티 그라운드 스쿨은 사실 박X복 교수님의 다발 과정 잠깐 설명해주신 내용을 리와인드 하는 기분이었다. 사실 열심히 강의해주신 두 비행 교수님께 죄송하지만… 저녁에 오랜만에 보는 지인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더 기억에 남는다. ㅋㅋㅋㅋㅋㅋㅋ

 

비행장으로 가니 NPC처럼 항상 계시던 급유 선생님은 여전히 심드렁한 표정으로 항공기 급유를 담당하고 계셨다. 미국에서 몇 번 기름 넣으니 이 분은 거의 급유계의 GOAT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고, 마음 속으로 경의를 표했다.

Piper Seminole Cockpit

 

내가 탔던 Piper 44-180 Seminole(세미놀)은 미국에서 탔던 파이퍼 단발 항공기들이랑 구조는 거의 같았다. 솔직히 구조보다는 더운 게 제일 문제다.

 

프리플라잇을 하러 비행기로 가니 습한 태안포니아 날씨가 나를 화려하게 감싼다. 정신이 나갈 정도로 습하다. 캘리포니아가 그리워진다. 5분만 있어도 땀과 습기에 축축해진다.

 

고익기인 세스나는 날개라는 그늘막이라도 있고, 창문이라도 양쪽에 다 있어 지상 조작 시 그렇게 덥지 않았는데 이 비행기는 정 반대로 그늘막 없이 문도 한쪽만 있는 지라 통풍도 제대로 되지 않아 그냥 탑승 처음부터 재앙 그 자체였다.

 

프리플라잇을 하기 위해 연료캡으로 간다. 연료캡이 뜨거워서 손에 화상 입기 직전이다.(거짓말 아님) Pitot Heat는 이미 달궈져 있다. 솔직히 구분이 가질 않는다. 괜히 에일러론 까딱 거리며(점검 목적입니다) 체크리스트를 따르며 외부점검을 마무리한다.

 

SIC 좌석(차로 치면 조수석 포지션)만 있는 문을 열면 뙤약볕에 데워진 뜨거운 칵핏의 열기가 매번 나를 반겼었다. 열자마자 나를 반기는 열기는 욕이 저절로 나오게끔 하였다. ㅋㅋ

 

엔진을 시동하기 위해서 작동시켜야 하는 Engine Starter가 Rocker Switch로 작동하는 지라 사뭇 낯설었지만 시동을 걸 때 오른쪽부터 걸고, 왼쪽으로 걸고 이런 두 개의 엔진을 취급하는 과정 자체가 처음엔 낯설었다.

 

그래도 뭘 하든 롱비치의 그 비행기들보다는 시동이 잘 걸리는 카뷰레터 엔진들이라 시동 걸면서 한서대학교 정비팀에게 내심 경의를 표하고 싶었다.

 

그리고 이륙을 위한 지상 활주 전 기재취급 조작 관련에 대해 이야기 하자면, 정말 G1000에 비해 직관적이지 않은 Avidyne의 Entegra와 Garmin 430의 조합은(차로 치면 애플 카플레이와 아이나비 네비게이션 정도의 격차) 미국에서 80시간 가까이 한동안 아날로그만 타던 나에게 거진 재앙과 같은 존재였다. ㅋㅋㅋ G1000이면 픽픽 빠르게 조작했을텐데… 아쉽긴 하지만 새 Avionics를 조작했다는 것에 스스로 위안을 삼았다.

 

Run-up를 하다보면 내가 완전히 다른 비행기를 타고 있구나를 느낀다.

한 여름 뜨거운 비행기 안에서 항공기 출력 숫자 하나 제대로 맞추기 위해 파워 및 프로펠러 레버를 하루 종일 만지던 기억이 있다.

 

그렇게 활주로 앞에 정대, 이륙을 위한 허가를 받고 활주로를 진입한다. 세스나와 완전히 다른 체크리스트 메모리얼 아이템에 정신이 없다. 어쨌든 이미 움직이고 있는 비행기는 활주로 안으로 계속 진입하고, 첫 비행에 나는 정신줄을 거의 놓고 있는 상태, 기적 수준으로 체크리스트를 마무리하고 활주로 위에 항공기를 올려놓고 멈춘다. 파워를 지긋이 넣어주면, 세스나보다 더~ 강한 출력이 나온다. 태안에서 세미놀로 비행을 할 때는 정지 후 이륙을 하는 Standing take off를 하기 때문에 브레이크를 밟는데, 높은 출력 때문인지, 브레이크를 밟아야 하는 강도가 개인적으로 세스나보다 더 강했던 것 같다.(하체 운동 문제가 아닙니다.)

 

항공기가 이륙을 하는데, 단발 엔진인 세스나보다 확실히 가속이 좋다. 그리고 롱비치에서 탔던 파이퍼처럼 낮은 높이에서, 마치 오래된 SUV 타다 낮은 고성능 차를 탈 때 핸들 반응이 다르듯, 세스나보다 러더 감도 확실히 다르다는 인상을 받았다. 통통 튄다기 보단 비교적 날렵한 반응?

 

그리고 이륙을 하며 피치를 올리기 위해 보통 가장 많이 범하는 실수가 있다. 지긋이 미리 로테이션 스피드 도달 전 요크를 당길 준비를 해야 하는데, 세스나처럼 픽 당기다 순간적으로 피치 변화가 매우 커지는 것인데, 스테빌레이터로 피치를 움직이다보니 요크를 움직힐 때 공기 흐름을 깨는 정도가 엘레베이터로 깨는 것보다 더 커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그렇다.

 

이륙하고 ‘No More RWY, Positive Climb, Gear up’을 외치며 기어(착륙장치)를 올리니 느낌이 새롭다. 평소 단발 엔진 항공기를 타며 빨리 언제 한번 기어를 위아래로 움직일 수 있는 비행기를 타고 싶어했는데, 드디어 타다니... 막상 기어를 올릴 때는 퍼포먼스가 향상되는 체감이 잘 느껴지지 않는데, 기어를 내릴 때는 항력이 급격하게 많아져 퍼포먼스가 안 좋아지는 느낌이 든다.

 

사뭇 세스나의 G1000과 느낌이 다르다.

 

아무튼… 다발 항공기는 확실히 프로시저 적응하기 전까지는 정신이 없었다. 이륙하자마자 기재 취급 절차부터, 단순 엔진 출력을 조절할 뿐만 아니라 프로펠러 깃각도 움직여서 RPM 관리도 해줘야 한다. 딱 단발 항공기에서 신경써야 할 것이 두 배로 불어난 느낌이다. 

 

처음에는 Engine Instruments만 참고하며 나름 과정 첫 비행부터 잘하겠다는 의지 때문인건지, 불안 때문인건지 잘 모르겠지만 눈을 막 이리저리 굴리며 화면에 보이는 제원 숫자 맞추기 놀이에 빠져 있었다면, 마지막 평가 비행에 가까워질수록 여유가 생기니 RPM 숫자를 더 정확히 맞추고 제원을 더 부드럽게 조절하는 등 여러가지 디테일한 부분이 살아나는 느낌이었다.

 

이게 예전 세스나 탈 때도 그렇고, 이번에 한정 추가를 하면서도 그렇고, 중간에 여유가 있어야 소리나 항공기의 움직임을 몸으로 느끼며 디테일한 부분까지 다 잡아갈 수 있다는 걸 여실히 느끼고 있다. 비행 초기에는 여유가 없다보니 다른 감각은 이미 다 죽어있고, 시각 자료만 참고하면서 비행하는 느낌이 매우 강하다. 그러다 여유가 생기며 다른 감각을 느끼게 될 정도가 되면 서서히 디테일을 잡아갈 수 있겠더라. 그래서 비행에 있어 아무도 쫓아오지 않으나 여유를 항상 가지며 비행하라는 비행 교수님들의 말이 하나도 틀리지 않다는 걸 매번 느낀다.

 

앞으로 더 큰 비행기 타도, 처음 탈 때는 계속 그러겠지?

기본적으로 Stall, Slow Flight, Steep Turn 등 자가용 조종사 기동들은 큰 틀에서는 다~ 비슷하다. 좀 다른 부분은 취급해야 할 요소들이 상당히 많다는 정도, 그리고 파워 반응이 늦기 때문에 Recovery 시 Power 먼저 조작을 해야 한다는 것 정도…?

 

하지만 이 부분에서 족보를 함부로 따라가지 말아야겠다는 느낌이 들었던게, 족보를 따라가면 자연스럽게 비행 잘하는 선배들의 프로시저에 따라가기 때문에 내 약점이 그대로 노출된다는 것이였다. 외우는 것이 취약점인 나에게는 최악이였는데, 내 담당 비행 교수님께서 큰 팁을 주셨다. 모든 기동마다 Prop lever, Flaps, Cowl Flaps를 점검하고, 필요하다고 생각될 때 조작하라는 것이였다. 이게 내가 머리가 좋았으면 진작에 다 조작했을텐데, 내 단점을 명확하게 이해하시고 팁을 주신 덕에 명확하게 해결이 됐다. 절차를 놓칠 가능성이 좀 있는 나에게는 최선의 선택이였고,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앞으로도 다른 비행기를 타더라도 Flow 관련 사항은 이렇게 나에게 더 맞게 정리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요즘 자주 생각하는 부분인데, 다시 생각하면 참 별거 아닌데, 떠오르기 어려운 그런 부분들 중 하나였다.

 

자가용 때부터 해왔던 기동들은 그렇다 치지만, One Engine Inoperative(OEI) 상황을 가장한 Vmca Demo Maneuver는 조금 골 때리는 메뉴버긴 했다.

첫 비행 때 준비를 안 해갔다. 그냥 뭔지만 아는데 도대체 할 엄두가 나질 않았다. 

비행 교수님이 사실 첫 비행 때 Vmca 하자고 하셨을 때 준비 안됐다고 정직하게 말씀드렸다. 지금 생각해보면 미쳤나 싶긴 한데… 

 

그러고 몇 번의 비행 후 OEI 실습을 했다.

당시 재직 중인 회사에서 시간 틈 날 때마다 프로시저를 다듬어보았다.

단발을 290시간 탔는데, 이미 이젠 스스로 잘 알게 된게, 프로시저 초반에 렉이 걸려버리는 순간 그 다음부터 완전히 말린다. 아니 말려지는 수준이 아니라 완전히 정지된다. 그런 나의 약점을 알고 나니 하루 종일 바로 떠오를 수 있도록 연습을 했는데, 실제 비행에서도 약간 남들과 다른 절차가 나오는 듯 했다.

 

대망의 OEI... 멀티 이후 제트까지 대부분의 비행은 거의 연극이다! 주어진 프로시저를 외우고, 따를 줄 알아야 한다. 그게 MEL 과정의 9할이다.

 

실제 엔진이 꺼지면... 비행기가 한쪽으로 움직이고, 거기에 맞춰 헤딩이 돌아가지 않게 러더를 주욱 차주며 비행기의 기수가 팽이처럼 돌아가지 않게 막아주며 비행을 한다. 한쪽 엔진의 힘이 사라지는 순간이 은근히 스릴 넘치기도 하고, 또 긴장감을 주기도 했다.

 

마찬가지로 절차를 몇개 잊어 먹으면서 동시에 헷갈려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담당교수님께서 보셨고, 모든 기동을 일정하게 만들라는 조언을 말씀하셨다. 피드백을 바로 적용해보니, 말씀하게 해결되더라. 정말 행복했다.

 

이륙 중 OEI, 고고도 비행 중 OEI, 저고도 OEI까지 몸이 익을 때까지 연습하였다. 착륙 중 OEI도 하였는데, 안전상의 이유로 실제로 끄지는 않고, 한쪽 엔진만 Idle Power로 설정하여 착륙까지 한다. 나름 재밌다. 사실 비행기 속도가 세스나보다 빠르기 때문에 판단이 빨라야 안정되게 접근 후 착륙까지 이어진다. 모든 순간의 선택이 접근 직전, 안정된 착륙을 할 수 있는 결과로 나오기 때문에 신중함을 요구하는 기동이였다.

 

접근은 세스나보다 훨씬 빠르지만, 이미 미국에서 비슷한 느낌의 저익기인 Piper Archer를 탄 경험도 있기도 하고, 생각보다 그렇게 난이도가 있진 않았다. 오히려 착륙은 스스로 생각했을 때 내 장점 중 하나였다고 생각한다.

 

날개 샷, 사진은 시원해보여도 기내는 늘 매우 덥다...
과정 마무리를 자축하며~

 

MEL 과정을 마치며, 거의 난생 처음으로 Gear가 있는 비행기를 타보기도 하고, 한쪽 엔진만으로 비행해보기도 하고, 또 체급 큰 비행기를 타보니 항덕인 나에게 꽤나 큰 경험을 하였던 것 같다.

 

이 때의 경험도 추후 큰 여객기 탈 때 자양분이 되지 않을까... 생각도 해본다.

 

아무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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