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 1. 01:28ㆍ기록

티스토리를 시작하고, 짧디 짧은 경험을 글로 녹이며 내 잊지 못할 지난 2년을 정리하고 있다.
사실 무슨 글을 이곳에다 작성할지 고민을 했다. 블로그를 시작하며, 남들에게 내 경험을 공유하고 싶지, 부족한 '지식'만을 공유하고 싶진 않았다.
아무튼 서론은 각설하고...
오늘은 평소와 다른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졸업을 눈 앞에 두고 있다.
와 내가 이제 척척학사라니 말도 안된다. ㅋㅋㅋ
근래 학사 취득을 위한 졸업요건 취득을 정리하던 도중 문득 대체 어쩌다 조종사를 하고 싶게 되었는지? 생각을 했다.
술 한 잔 걸치는 친한 친구들하고 얘기 나누면서도 아직도 내가 대체 왜 조종사를 하고 싶어하게 되었는 지는 여전히 이유를 모른다.
그래서! 나는 찾아보았다. 무엇을? 내 잊고 살던 과거를!
저 때 나는 초등학교 1학년 막 입학했을 때고... 사실 내가 '조종사'라는 직업을 처음 알게 된 순간은 유치원 때다.
유치원... 그러니까 일산의 '바른 유치원'을 다니던 7살까지 나의 꿈은 '경찰관'이었다.
사실 나는 그 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제복을 멋져하는 성격을 갖고 있다.

그리고 생각해보면 이런 멋진 옷을 입고 나쁜 놈들 잡아다가 정의를 구현하는 경찰... 멋있지 않나? ㅋㅋㅋㅋ
그러다가 문득 옆자리 친구(이름 지금도 기억남)의 장래희망을 얘기하다가 조종사라는 직업을 알아버렸다.
어렴풋한 기억은 그 친구가 그린 아시아나 비행기 그림을 보여주며 동급생 전체에게 자신의 꿈을 알렸었는데, 그 모습을 보고 관심을 갖게 되었나보다.(그 친구는 막상 그러고 나서 조종사가 아닌 다른 장래희망을 향해 걷고 있다고 건너 건너 들었다.)
때 마침 부모님의 친한 지인 중 한분도 조종사셨고, 아버지도 비행기에 관심이 참 많으신지라 비행기와 나는 밀접한 관계를 갖기 시작하게 되었다.

당시 우리 아버지는 모형 비행기(다이캐스트) 수집을 좋아하셨고, 항공사고수사대를 자주 보셨다.
아직도 기억나는 부분! Air Transat 236편을 보고, 문제 해결하는 모습에 반한 것을 시작으로, 부모님의 장래희망 심어주기 일환이었던 주기적인 항공대학교 방문을 통해 나의 관심이 증폭되기 시작... 요때부터 조종사의 꿈을 갖게 된건가 싶다.

그리고 초등학교 시절 나는 아버지께서 컴퓨터에 설치해준 플라이트 시뮬레이터로 맨날 비행만 했다. 이 때 비행에 대한 기본적인 것을 파악했던 것 같다. Pitch, Bank, Yaw, Thrust, Drag 등 물리는 잘 모르고 그냥 어떻게 조작하는 지만...
이 때 나는 전 세계 돌아다니는 여객기, 전투기는 다 꾀고 다녔고, 플심 세계에서는 이미 1,000시간 가까운 프로 조종사였다.
그냥... 항덕 그 자체였다. 당시 덕후라는 단어 때문에 항덕이라고 불리는 것은 좋아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항덕이었던 것은 자명한 사실...
공부는? 아 플심하느라 바쁘다고 절대 안했죠~
그리고 이사를 했다. 먼지나게 괴롭힘 당하며 다니느라 쉽지 않았던 일산에서의 학교 생활을 뒤로 한 채, 지금 햇수로 15년째 살고 있는 판교에서 새로이 학교를 다니게 되었다.
당시 새로 다니게 된 우리 학교는 이사를 온 학생들로 반을 채워 나갔고, 난 당시 5학년 2반에 있었다.
운명 같게도 5학년 3반으로 전학 온 친구를 만났고, 그 친구는 날 보자마자 처음으로 했던 말이 '너도 조종사가 꿈이야? 비행기 좋아해?' 였다. 그렇게 친해지고 거의 햇수로 16년째 각자 대학을 다니느라 바쁜 와중, 시간 날 때마다 얼굴 보는 친구 사이로 남게 되었다.
아~ 그러면 요 때부터 쭉 조종사만 꿈꾸고 온건가요?
아뇨. 사실 교통수단을 전반적으로 좋아하고, 특히 중간에 기차도 좋아하는지라 잠깐 기관사를 꿈꾸기도 했다.
또, 내가 새로운 동네로 이사를 했던 5학년부터 시력이 갑자기 쭉 떨어졌다.
1.0을 상회하던 양안 시력이 둘 다 귀신 같이 0.1 미만으로 떨어진 것이다. 성장기에 떨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듣긴 했다만... 나도 그럴 줄은 몰랐다.
그래서 당시 조종사가 되기 위하여 항공운항학과 입학을 하려면, 양안 나안 시력 0.5 이상이었어야 했기 때문에 조종사를 포기했다.
웃기게도 당시 나는 조종사 아니면 비행기 근처에서 일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정비사, 관제사를 하라는 가까운 친구들의 권유를 던지고 항공과 멀어졌다.

중증 말기 IT 신봉자여서 당시 스마트 기기란 모든 스마트 기기에 관심을 가지던 나는 자연스럽게 IT 계열에 빠지다가...? 어쩐 이유로 중학교 때부터 카메라를 잡기 시작하면서 비행기 스포팅이라는 취미를 갖게 되었다.
스포팅이 뭐냐? 공항에 가서 비행기 사진을 찍으며, 그날 비행기의 움직임을 기록하는 행위다. 그래서 행적을 '비추다~'라는 의미에서 Spotting인 것이다. (영국 나가면 사진 말고 메모장에 입출항 정보를 다 기록하며 스포팅을 하는 항덕 분들도 많다.)




그렇게 비행기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를 갖던 나는 카메라와 밀접하게 살았다는 이유 하나로 사진가라는 꿈을 갖게 된다.
그냥 솔직히 도피성이긴 했다. 꿈도 없고, 막연하게 하고 싶던 것도 없던 때라 틈만나면 학교에 노트북 들고 와서 Football Manager 하고, 카메라 들고 서울 가서 사진 찍고... 무한 반복이었다. ㅋㅋㅋ 공부와는 담을 쌓았던 히키코모리 그 자체의 삶이었다.
그렇게! 나도 고3을 맞이하고, 4~5등급을 전전긍긍하던 나는 수능 D-19에 운명 같이 아까 언급한 5학년 3반 전학 오던 절친에게 연락을 한다.
'잘 지내냐?'
'대학은 어디 가고?'
'아 신체검사는?'
'뭐? 나도 조종사가 될 수 있다고?'
와 같은 흐름의 전화를 바탕으로 재도전이 시작되었다.
이 전화를 받자마자 바로 나는 동네 안경점에 가서 시력을 재측정하였고, 그 결과...
'나도 되네?'라는 생각에 그 자리에서 나도 그 친구랑 똑같은 대학 유학을 가기 위해 장문의 통보형 편지를 부모님께 드리고 간다.
그리고... 당연한 얘기겠지만 도피 유학으로 보이던 부모님께 기각 처분을 받고, 수능을 본다.
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자연스래 나는 부모님께 항공운항학과 진학을 선언, 재수를 결심한다.
꼴에 자존심은 세서 학원 다니기 싫다고 강력히 주장, 독학 재수를 시작한다.(지금 생각해보면 부모님도 참 보살이시다.)



치밀한 계획으로 후발대학교 진학을 하여 인생 플랜을 짜던 낙천주의 항공운항학과 입시 전문가가 되었던 재수 기간 동안 나는 문과로 전향한 결과로 9월 모의평가 때 항공대학교 항공운항학과를 갈 수 있는 성적이 나왔고, 기고만장해진 나는 수능을... 망치게 된다. ㅋㅋㅋㅋㅋ
그리고 나서 성적이 나왔고 막막해진 나는 여느 때와 다름 없이 네이버 '파꿈모(파일럿을 꿈꾸는 모임, 현 항꿈모)' 카페를 본다.

진짜 낭떠러지 구석에 있던 나는 이거 아니면 안된다 생각 밖에 없었다.
솔직히 당시 열풍이었던 공무원 임용, 타 대학에서 다른 전공을 공부? 상상도 못했... 아니 안했다.
그렇게 그 자리에서 부모님께 전과를 노리겠다고 선언... 순혈주의가 팽배한 사회에서 이렇게 돌고 돌아 다른 길로 운항학과에 들어간다 해도 쉽지가 않을 것이라는 거센 반대가 있었다.
잔머리를 굴렸다. '그러면 내가 이 학교 갈 수 밖에 없게 만들면 되잖아?'
정시 3장 카드 중 2장을 극 상향으로 도저히 못 붙게 쓰고, 다른 하나는 '그냥 항공에 미련 남아서 한서대 타 학과에라도 진학하겠다. 전과는 꿈도 안꾸겠다.'라고 선언...
그렇게 동의를 얻은 채 귀신 같이 우리 학교에 붙게 되고, 신입학을 했다.
입학 전 절대평가 수능 2등급짜리 영어로 토익을 보며 예열을 한다...
신입학 이후 입학식에서 나는 마음을 다잡는다.
왜? 앞서 제복 멋있게 생각한다 하지 않았나? 입학식에서 제복 입은 선배들의 모습을 보고 뿅 간거다.
그렇게 친구는 딱 3명 정도만 새로 만들고, 분당에서 서산까지 매일 통학을 하며 사회 교류 없이 오로지 학업에만 매진...
입시가 아닌 학과에서 사회생활도 중요하기에 주기적인 우리 학과 교수님과 면담, 전과할 학과의 학과장님과도 면담을 나눴다.
여기서 면담을 나눴던 지금 우리 학과의 '전설'이라고 불린 당시 학과장님 인상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그렇게도 여유 있는 전형적인 파일럿 관상을 가지셔서 놀랐었다.
토익에 자신이 그닥 없었기에 통학길에 맨날 토익 단어 공부를 했다. 버스 타면서 하루 5개 Day씩 반복 숙달... 그렇게 4.35라는 아름다운 학점과 수석 장학금을 따고 한 학기를 마무리한다.
어머니께서 감동하시더라. '1등하는 모습을 보긴 하는구나...' 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한 여름 또 다른 싸움이 시작되었다. 바로 토익 900점 만들기 프로젝트...
한여름 뭣도 모른 채 매일 해커스 학원을 부단히 다니며 공부했다.

행운이었다. 토익 900점을 여름에 졸업하는데 성공했다.
그렇게 900점을 갖고 2학기에는 전과 전형에서 평가 항목 중 하나인 고등학교 수준의 물리와 지구과학 범위의 수학능력 평가 대비, 물리 1, 2와 지구과학 1, 2를 공부하였고, 혹시나 하는 노파심에 항공우주학개론이라는 항공운항학과 다니는 학생이라면 꼭 한번씩 봐야하는 '입문서'를 함께 공부했다.

그렇게 한참 공부하다 그토록 두려워하던 날이 왔다. 바로 전과 신청서 작성일...
당시 소속 학과장님과 친하던 나는 싱숭생숭 무거운 마음으로 전과신청서를 들고 찾아가서 상담을 한다.
'용의 꼬리보다는 뱀의 머리가 되는 것이 좋지 않겠나?'
'조종사는 전망이 좋지 않다.'
라는 말씀을 하셨지만 그래도 학적 옮기려고 고생한 지난 시간들이 떠오르기도 했고, 이번에 못하면 계속 도전할 생각이었기에 결국 서명을 받아냈다.

그렇게 4.5 학점을 받아내며 2학기 마무리...
시간은 면접을 향해 달려갔다.

그렇게 1월 28일 문자를 받고, 면접을 시작했다.
교복을 벗고~ 처음으로 만났...(이 노래 요즘 친구들은 알려나?) 아니 입었던 어색한 정장과 함께 시험을 보고, 가벼운 미팅을 보고, 그렇게 하루가 마무리 되었다.
긴장 끝 몇일 뒤 학교 홈페이지에 게시글 하나가 올라오게 된다.

전과 합격자 명단 사진이 없긴 한데... 아무튼... 운 좋게도 성공했다.
명단 공개되자마자 지난 2년 간 기억이 한 순간에 흘러갔다. 묘한 감동을 받았다.
제일 많이 애 태우며 기다려주신 부모님께, 그리고 격려해준 내 친구들에게 너무나도 고마웠다.

그렇게 나의 본격적인 대학 생활은 시작되었다.
대학 생활 글은 다음에~
다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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